현남 : 무지개의 밑동에 굴을 파다
○ 전시개요
- 아뜰리에 에르메스는 2021년 7월 23일부터 10월 3일까지 신예 조각가 현남의 개인전 <무지개의 밑동에 굴을 파다>를 개최한다. 새로운 조형의 의지와 제안이 드물고 그 의미마저 희박해진 현실에서 조각 전통의 끝자락을 다시 들어올리는 현남의 조각들은 전례 없이 생경한 형태와 컬러로 보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근대화가 남긴 동시대의 정크스페이스를 배회하고 관찰하면서 무질서로부터 모종의 활기를 발견하는 작가는 도시 건축의 표피와 피하조직에 해당하는 재료인 폴리스티렌과 시멘트, 에폭시로 도시풍경의 현재와 미래를 구성한다.
조각의 유산을 해체하면서도 새롭게 조직하는 것으로 보이는 현남의 작품들은 일종의 ‘채굴’ 행위를 통해 새로운 자산, 혹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폴리스티렌에 구멍을 뚫고 그리로 나머지 재료를 흘려 넣어 굳힌 뒤, 최종적으로 폴리스티렌을 녹여 없애는 작업 과정은 예측이 힘든 내부 공간을 결과물로 삼는 네거티브 캐스팅이자 재료들 사이의 화학반응이 야기할 무작위적인 변형마저도 수용하는 행위이다. 아래로 흘러내리며 완성된 형태를 뒤집어 전시하게 되는 작품은 상승하는 수직의 조형물이자 첨탑, 고층의 도시 풍경으로 확장된다.
○ 전시일정 및 장소
- 전시 장소 : 아뜰리에 에르메스
○ 전시내용
- 말레비치가 제작한 일련의 건축 모형 연작 중 아키텍톤 고타 Architekton Gota (1923) 를 반영하는 아토그 Atog (2021)는 뒤집힌 알파벳의 순서가 암시하는 것처럼 반복하면서도 대립하는 방식으로 과거와 미래를 다룬다. 작품은 당대 서유럽 모더니즘 건축의 수평성과 대비되는 수직 건축의 가능성을 다루며 미래의 건축으로 제시된 ‘고타’의 입방체를 차용하면서도 러시아 절대주의자가 꿈꾸었던 매끈한 순백의 추상과는 거리가 먼 어두운 미래도시의 풍경을 드러낸다. 기포가 빠져나가면서 남긴 거친 표면과 형광에 가까운 컬러의 조각은 SF 애니메이션에 등장할 법한 수직의 폐허로 전환된다.
‘채굴’은 물리적인 조각의 방법론 못지않게 현실을 배회하면서 조각적으로 보이는 수직 구조물을 발견하고 탐사하는 개념적인 행위를 포괄한다. 작가는 도시 곳곳은 물론 전국에 걸쳐 분포되어 있지만 좀처럼 주목되지 않는 기지국을 현대적인 첨탑으로 간주하면서 무선통신 서비스라는 첨단의 기능에 어울리지 않는 그로테스크한 조형성을 관찰한다. 기지국 감상은 현대적인 삶을 지탱하면서도 위협하는 존재인 보이지 않는 인터넷의 물리적인 몸체를 인식하고 감시의 시선을 되돌리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조각을 통해 풍경을 다루려는 작가 현남의 의지는 좌대 위에 놓인 작은 사물로도 세계의 외연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적 상상력을 환기시킨다. 그것은 재현에 의해서가 아니라 발견에 의해, 수석이나 분재, 석가산의 문화에서 비롯된 ‘축경’의 개념에 의해 도달할 수 있는 경지이다. 풍화작용을 겪은 자연의 파편으로 거대한 풍경을 구성하듯, 재료의 화학적인 결합이 만들어 낸 뒤엉킨 사물은 폐허가 된 미래의 풍경을 암시한다. 전기회로와 정보가 만들어 내는 노이즈 사운드 밴드활동을 해 온 작가에게 물질과 브리콜라주, 우연과 새로운 생성은 현실에 대한 인식이자 예술적인 방법론이 된다.
○ 관람신청(입장료 및 사전신청 등)
- 무료
○ 문의
- ☏ +82-2-3015-3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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